이 책은 어린이책에서 다루기 어려운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주제를 단순히 죽음의 테두리 안에 묶어두지 않고 삶이라는 더 넓은 의미로 확대시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의미있는 그림책이다.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 돼지에게 죽음이 다가온다. 죽음을 눈앞에 둔 할머니 돼지는 평온함 마음으로 죽음을 준비한다. 손녀 돼지도 할머니의 죽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준비하는 할머니를 말없이 지켜본다. 할머니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고 외상값을 갚는다. 할머니는 세상에서 숨을 쉴 수 있는 동안에 해야 할 일들,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차분히 정리한다. 이런 죽음을 마주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손녀는 삶에 대해 깨닫게 된다. 할머니 돼지가 살아 있으면서 마지막으로 하는 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바로 손녀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산다는 것은 또 얼마나 멋진 일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의 마지막 산책을 통해 이런 것들이 전수된다. 애정을 바탕으로 맺어진 두 극, 하나는 삶이라는 무대에서 이제 물러나는 역이고, 하나는 등장하는 역을 맡은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의 마지막 산책은 애정의 대물림과 역할의 대물림을 아우르는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