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이들의 관심거리나 꿈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 버리는 일이 더러 있다. “어린 아이가 무엇을 알까? 저러다 말겠지. 애들의 꿈은 자주 바뀌니까” 하고 생각하거나, 어른들 기준으로는 아이들의 꿈이 얼토당토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몹시 들뜬 목소리로 자신들의 꿈을 어른들에게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무심히 반응하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기 일쑤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반응에 실망하고, 왜 자신들의 꿈이 거절당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고민한다. 그리고 궁리 끝에 나름대로의 해결책이 나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실천에 옮긴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해 보고 나서야 어른들의 말뜻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물론 어떤 아이는 어른들의 생각을 확 뒤집어 놓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말이다. 《꼬마 팀과 용감한 선장》의 주인공 팀은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바로 그런 종류의 아이이다.

“꼬마 팀네 집은 바닷가에 있었어. 팀은 선원이 되고 싶어 안달이었지.” 이렇게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선원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 꼬마 팀의 항해담으로, 아이들을 자지러지게 하는 종류의 그림책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그림책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시선을 유난히 강하게 끌어당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꼬마 팀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에 있다. 만약 내 아들이 선원이 되겠다고 바다로 나가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우선 자기 아이들한테 바다 이야기나 항해담을 들려 준 사람들을 탓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배로 데리고 간 사람에게 내 아이를 찾아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 거다. 그리고 아이가 모험을 즐기고 무사히 돌아오면 다시는 아이가 바다로 못 나가게 이사를 가 버릴지도 모른다. 아디존은 이 극성스러운 아이를 그저 골칫덩이라고 치부하지 않고, 한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선원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의 소망을 인정하고 들어 주거나, 밀항을 한 팀한테 갑판 닦는 일을 시켜서 갑판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엄마 아빠가 왜 많이 많이 커야 선원이 될 수 있다고 했는지를 팀 스스로 알게 한다. 그리고 팀이 가고 싶다면 다음 항해도 할 수 있게 도와 준다. 이처럼 아디존은 팀을 윽박지르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낼 수 있게 지켜보거나 도와 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아디존의 그림은 움직임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 역동적이고 재미있다. 단색 펜화와 맑은 수채화가 순서 없이 나타나기도 하고, 이야기 중간이나 상단이나 하단 아무 데서나 그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물의 움직임이나 얼굴 표정 그리고 바람의 세기나 파도의 높낮이는 가는 선으로 그린다. 그러나 얼굴의 표정이나 몸 전체를 자세하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엎드려 갑판을 닦고 있는 팀의 뒷모습에서 서러움을 느낄 수 있고, 침몰하는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팀과 선장의 모습에서 비장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림 중간 중간 나타나는 말풍선은 만화의 기본 형식이다. 이 말풍선은 주인공의 기분을 우리에게 좀더 직접적으로 전달해 주기도 하지만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