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토끼 솔로몬!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라기만 하면 언제든지 녹슨 못으로 변신할 수 있는 재주가 있다. 어느 날, 나비를 잡으러 갔다가 애꾸눈 고양이한테 잡히고 만 솔로몬. 솔로몬은 도망치다가 녹슨 못으로 변신해 겨우 위기를 모면한다. 그런데 솔로몬이 너무 서둘러 토끼로 돌아오는 바람에 그만 들키고 만다. 솔로몬은 다시 녹슨 못으로 변신하지만, 애꾸눈 고양이가 속을 리 없다. 애꾸눈 고양이는 녹슨 못을 집으로 가지고 와 우리 안에 가둔다. 토실토실한 어린 토끼로 변신할 때까지. 하지만 솔로몬은 끝까지 못으로 남아 있었고, 애꾸눈 고양이는 화가 나 솔로몬을 자기 집 나무 벽에 박아버리는데…….
변신!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멋지게 변신하는 상상을 해 봤을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기가 뭐라도 된 양 우쭐거리던 기억 말이다.《녹슨 못이 된 솔로몬》도 변신 이야기이다. 그런데 단순한 변신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고, 솔로몬을 통해 아이들만의 세계와 심리도 파악할 수 있고, 가족간의 사랑도 듬뿍 느낄 수 있다.
왜 하필 솔로몬은 단단하고 반짝반짝한 못이 아니라 녹슨 못으로 변신했을까? 어른들은 “쓸모도 없는 녹슨 못으로 변신하는 재주가 뭐 그렇게 대단하고 자랑스러울까?” 하고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오히려 “이런 재주는 좋고, 저런 재주는 나쁘다”라는 어른들의 고정 관념에 반기를 든다. 또 여느 변신 이야기에서 나오는 식상한 주문이 아니라 코를 후비면서 동시에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더니 녹슨 못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참신하다. 이런 참신한 내용에 스타이그가 그린 그림은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솔로몬의 표정 하나하나만 보더라도 솔로몬의 마음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