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안과 트랙터 막스》의 그림에서는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정적이고 평면적인 그림이다. 입체감이 없는 중세시대의 그림 같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현대적이다. 이런 느낌이 생기는 것은, 입체감이 없는 그림에서 금속의 차가움과 날카로움과, 플라스틱의 단단함과 딱딱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농장이라고는 하지만 땅에는 제대로 된 풀도 보이지 않고 흙도 부드러워 보이지 않고 나무들은 이파리 하나 없이 삭막하다. 길은 시멘트로 말끔하게 닦아 놓은 도시의 신작로 같다. 농장과 어울리는 풍성함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차갑고 삭막한 풍경들은 뒤쪽으로 가면 여유로움, 풍성함으로 바뀐다. 노랗게 곡식이 익은 넓은 들판, 이파리가 무성한 나무에 달린 커다랗고 탐스러운 과일들. 역시 내용에서의 막스와 플로리안의 관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플로리안은 늙고 힘없는 얼룩말이다. 구시대에서는 생산의 주역이었겠지만 지금은 현장에서 밀려난 퇴물이다. 막스는 트랙터이다. 그것도 정열적인 빨간색 트랙터이다. 젊고 힘세고 일밖에는 모른다. 왕성한 활동이 기대되는 기계이다. 그리고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일벌레이다. 순박하고 정이 많은 플로리안과는 대조적이다. 이렇게도 다른 플로리안과 막스가 한 공간에 있게 되었다. 인생의 오랜 시간을 플로리안과 함께 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클라아스는 플로리안에게 가족이자 친구이다. 플로리안과 같은 성격으로 분류된다. 서로 다른 성격의 인물들이 갈등하지만 결국 일벌레 막스의 조급함과 삭막함을 플로리안과 클라아스의 여유로 감싸안는 결과로 내용이 마무리되는 이 이야기에는 연륜이 쌓인 어른들의 지혜와, 친구 사귐의 교훈이 들어 있다. 《플로리안과 트랙터 막스》는 겨울에 어울릴 것 같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내용의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