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변하지 않는 사회로 인식하는 서양 견해와는 달리 동양에서는 중국이 어떻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거대한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항상 가져왔다. 하지만 사료집으로 널리 사용되는「중국 문명과 사회(Chinese Civilization and society)」의 편집자인 저자 패트리샤 버클리 에브리는 비록 서양학자이지만 동양의 중심인 중국의 통사를 독창적으로 저술했다. 거대한 세월의 중국 역사를 생각할 때, 중국사를 한 권의 통사로 묶는다는 것은 대단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시대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각 시대를 균형 있게 서술했으며, 상층이나 하층 어느 한쪽의 역사에 치중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꼼꼼하게 망라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지도, 유물과 유적, 그림과 사진 등으로 채워진 삽도(揷圖)가 서술형식의 하나로 풍부하게 활용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중국 역사만을 서술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장구한 역사를 지닌 것에 비해 중국의 도시들은 왜 의외의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지, 왜 길거리에는 유명한 장군이나 정치가의 업적을 기리는 동상을 찾아볼 수 없는지, 그리고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났던 궁궐, 회당, 옛 가옥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지 등 중국 민중과 밀접하게 관련된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차분하고 정제된 문체로, 이전 역사가 현재의 중국에 미친 영향에 관련된 광범위한 지식을 풀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