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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서 보호자로, 치매 간병 10년의 기록

케어

  • 판매가 17,000원
  • 책정보 무선 312쪽 140*210mm 2020년 05월 25일
  • ISBN_13 978-89-527-76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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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의사와 보호자, 두 입장을 아우른 메디컬 인문학
동서양 학계와 의료 현장을 넘나들며 정신의학, 의료인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우뚝 선 아서 클라인먼을 기다리는 건 평화로운 노년이 아니었다. 연구 파트너이자 영혼의 동반자인 아내 조앤이 예순도 되지 않아 조발성(early-onset)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날, 부부는 그저 울었다. 아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신이 끝까지 집에서 아내를 돌볼 거라 약속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그날 밤은 앞으로 10년간 이어질 기나긴 간병의 시작이었다.
가족 보호자로서의 경험과 의료 전문가로서의 통찰을 담은 특별한 책이《케어》다. 저자는 평생 의료계에 종사해 온 전문가지만 환자의 가족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고백한다. 그가 병원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반복되는 각종 검사와 끝없는 대기, 병명과 진단에만 초점을 맞춘 진료, 의료진으로부터 느끼는 소외, 실질적 지원의 부재였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의사와 몇 마디 나누기 위해 기다리고, 의사에게 다음 단계에 대한 말을 듣기 위해 기다린다. 대부분은 답을 듣기 위해 기다린다. 잔인한 사이클임을 알면서도 여기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이들에게 기다린다는 것은 시간을 잃어버린다는 것, 우리가 적응하고 일상을 꾸리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일을 해야 할 시간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본문에서)
 
 
장기 간병의 잔인한 현실과 구원의 순간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를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누며 이 병이 구분된 단계를 따르는 듯 설명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서의 표현처럼 “질병 서사는 절대 깔끔한 선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병은 내리막길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진행됐고 당장 내일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매일 자신의 한계와 직면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어떻게 10년이란 세월 동안 아내를 돌볼 수 있었을까?
아서는 다른 가족 보호자가 그러하듯 ‘자신이 할 일이었기 때문에 한다’는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였노라 말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돌봄을 주는 사람 이상으로 돌봄을 받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함을 강조한다. 모든 돌봄은 ‘상호성’에 기반하며 이를 통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앤은 투병 마지막 몇 년을 제외하고는 돌봄의 적극적인 참여자였다.
 
조앤은 계속 흐트러졌다. 소변을 가리지 못해 성인용 기저귀를 차야 했다. 세 번 정도 대변을 참지 못해 바닥에 배변을 하기도 했다. 나는 그 난리 통에서 바닥을 닦으며 엉엉 울었다. 더 이상은 못한다는 걸 알아서였다. 조앤은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나를 위로하고 응원했다. “당신 할 수 있어! 아서, 할 수 있어!” 그녀는 애원했다. 그래서 나는 했다. 하고 또 했다. (본문에서)
 
 
요양원과 집,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서
조앤은 요양원에서 9개월을 보내고 그곳에서 눈을 감았다. 아서가 조앤을 요양원에 맡기고 홀로 집으로 돌아온 날, 그는 자신을 자책하며 오열한다. 의학적으로는 필요한 결정이었지만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저자는 당시 자신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가정 간병을 내가 버틸 수 있는 한 유일한 선택지로만 생각했다. 마지막 해 혹은 18개월은 나에게나 조앤에게나 지옥이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우리가 그 지옥 같은 시기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본문에서)
 
초기부터 요양원을 대안으로 고민하는 게 답이었을까? “돌봄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른 경험이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모든 간병 상황에 통하는 단 하나의 답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각 개인의 간병 경험을 제3자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존엄하게 늙고 아플 수 있는 내일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명망 있는 의대의 교수이자 그 대학병원의 의사이기도 한 저자가, 일찌감치 여러 가능성을 배제하고 가정 간병에 매달리며 오랜 시간 홀로 분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돌봄보다 수익을 우선하는 의료 현장에 누구보다 크게 좌절한 이가 내릴 수밖에 없는, 강요된 선택은 아니었을까.
개인에게 돌봄을 떠맡기는 사회는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 모두는 시기만 다를 뿐 늙음과 아픔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가 고백하듯 “타인의 아픔을 돌보는 일은 곧 당신 자신을 돌보는 일이 되기도 한다.” 아서 클라인먼의 역작《케어》는 오늘날 사라져 가는 돌봄의 가치와 의미를 일깨우는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아서 클라인먼


정신의학, 의료인류학, 세계보건, 사회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스탠퍼드 의대에서 수학했고 40여 년 동안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 의료인류학 교수이자 하버드 문리대 인류학과 교수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하버드 아시아 센터장을 역임했다. 총 여섯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그중《질병 이야기The Illness Narrative》는 여러 의대에서 교재로 읽히고 있다. 미국 의학 협회,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회원이다.


역자: 노지양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KBS와 EBS에서 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에세이《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를 썼으며,《나쁜 페미니스트》《헝거: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파워북》《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등 8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속으로

나는 훈련받은 정신과 의사다. 그러니 이 상황을 다룰 기술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충격으로 몸서리치는 비참한 남편일 뿐이다. 암스테르담에서 그랬듯 아내의 섬망 증세는 이번에도 몇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그 지옥 같은 시간 동안 나는 아내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숨어서 아내의 증상이 가라앉고 대화가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나 나는 조앤의 간병인이고 주 보호자다. 어떻게든 조앤과 정상적인 대화를 해보려 노력하지만 계속 거부만 당한다. 결국 나는 다른 사람인 척하며 아내에게 어떻게 도울 수 있겠냐고 묻는다. “이 사기꾼 내보내고 내 진짜 남편 찾아와요.” 조앤은 울면서 애원한다. (pp.13~14)
 
뒤돌아보면 우리가 그와 함께 보낸 두 시간 중에서 99퍼센트의 시간이 진단 설명에만 쓰였다. 진단만 명확하게 내렸을 뿐 우리에게 닥친 일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아닌가. (pp.25~26)
 
엄마와 특히 각별했던 우리 아들은 한번은 엄마를 가족의 일상 안으로 들이기 위해 아빠가 더 노력하지 않는다면서 나에게 성을 냈다. 나는 아들을 비난하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조앤의 침묵을 방치하고 내 시간을 갖고 싶었을지 모른다. 이는 많은 주 간병인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방어기제라 할 수 있다. 내 나름대로는 나만의 시간이 거의 없어 힘겨워하고 있었다. 아들의 공격이 정당했다고,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pp.33~34)
 
가족 보호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에서,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람이 지금 도움을 청하면 나는 그 자리에서 도움을 준다. 한 발 더 나아가 그 사람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한,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할 것이라 결심한다. (p.76)
 
나는 노새처럼 고집스럽게 버텼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조앤을 집에서 돌보려 했다. 내가 그렇게 약속했었고 조앤도 내가 그 약속을 지키길 기대하지 않았나. 그렇게나 단순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단순함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그 약속을 했던 여성은 10년 동안 치매를 앓은 여성과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도 그때와 똑같은 간병인이 아니었다. (p.96)
 
조앤이 불편해할 때는 모르핀 한 방울을 더 넣어달라 요청하고 상태가 악화될 때는 호스피스 의사에게 약용량을 조금 늘려달라 했다. 마지막 고통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면서도 죽음의 순간에 고통 받지 않기를 바랐다. 모르핀은 고통을 완화시키는 것 같았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앤은 평화로워 보였다. 호흡이 느려졌지만 숨을 쉬는 게 그렇게 힘들어 보이진 않았다. 그 마지막 밤 몇 시간이라도 눈을 붙이기 위해 우리는 집으로 갔다. 밤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약속대로 연락했을 때, 우리 모두 조앤의 침대 곁으로 서둘러 갔으나 조앤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지난 며칠 동안 작별 인사를 계속했었다. 우리는 안심했다. 고통의 시간은 끝난 것이다. (pp.136~137)

추천평

• 미국의 4000만 가족 간병인에게 도움과 위안을, 진단과 치료를 넘어 돌봄을 실천하고자 분투하는 의사에게는 영감을 주는 책. _워싱턴 포스트
 
• 조발성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를 돌본 이야기와 개인에게 돌봄을 떠맡기는 의료 현실의 병폐를 매우 세심하게 직조해 냈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 이 책의 의미는 의료 그 자체를 넘어선다. _뉴욕 저널 오브 북스
 
• 내가 읽은 가장 감동적인 책.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책. 아서 클라인먼은 우리의 일, 삶, 죽음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상기시킨다. _하워드 가드너(심리학자,《다중지능》저자)
 
• 이 책을 읽으라. 그리고 겸손해지고 감동받을 준비를 하라. _김용(전 세계은행 총재)
 
• 미국에서 가장 인간애가 깊은 의사이자 사상가인 저자는 돌봄을 주고받는 능력에 대해서 통찰력 있고 감동적이며 고귀한 이야기를 한다. 강력하고 솔직하고 가슴 저미며 유용하다. _니컬러스 A. 크리스태키스(예일대 사회학 교수,《행복은 전염된다》저자)
 
• 당신을 떨게 하고 교육시키는 책. 평생에 걸쳐 인간애를 어떻게 함양하는가에 관한 윤리적이고 희망적인 가르침이다. _폴 파머(의료인류학자,《권력의 병리학》저자)
 
• 삶을 생각하는 방식과 우리 사회를 바꿀 수도 있는 진정 특별한 책. _마이클 푸엣(하버드대 중국사, 인류학 교수,《더 패스》저자)
 
• 우리 의료 제도에서 중시되어야 할 존재함, 직접성, 관심에 대한 풍부한 서사로 가득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은 사랑 이야기다. 엄청난 고통의 이야기, 환희의 이야기기도 하다. 나아가 삶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다. _T. M. 루어먼(스탠퍼드대 심리인류학 교수)
 
• 아서 클라인먼의 글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에서 인생을 살아갈 힘을 끌어내는 인간의 능력에 대한 증거다. 사랑하는 사람 안에서 그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_케이 레드필드 제미선(존스홉킨스 의대 교수,《자살의 이해》저자)
 
• 지독하게 슬프고 아름다우며 감동적인 동시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책. 가슴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_에이브러햄 버기즈(스탠퍼드 의대 교수,《눈물의 아이들》저자)
 
• 이 감동적인 글은 돌봄을 불행한 의무가 아닌 (분명 불행은 피할 수 없는 일부이긴 하지만)도덕적 실천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_앤 패디먼(작가,《서재 결혼 시키기》저자)
 
• 올바른 의료를 위한 선언문이자 내적 삶에 대한 용감한 고백인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찾고 있던 언어를 보여주었다. 효과적이고 인간적인 진료는 그것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며, 결국 그들이 하나임을 깨닫게 한다. _리타 샤론(컬럼비아 의대 교수, 서사 의료 프로그램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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