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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코로나 시대의 한국

열병의 나날들

  • 판매가 13,000원
  • 책정보 무선 184쪽 120*186mm 2020년 09월 30일
  • ISBN_13 979-11-6579-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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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코로나 100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튜브의 ‘국뽕’ 콘텐츠가 아니라
이처럼 일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타인의 기록이다.”
김민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저자
 
콜롬비아 소설가 안드레스 솔라노가 기록한 코로나 시대의 한국. 이태원에 머물며 글을 쓰는 이 이방인 작가는 열병과도 같았던 올해 봄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K-방역으로 칭송받는 한국의 일사불란한 대응이 일상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예민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스페인 출간 즉시 평단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방인 목격자와 소설가로서 그가 던지는 첨예한 질문은 우리 내부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소개

지은이: 안드레스 솔라노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태어났으며 로스안데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2007년 첫 장편소설 《나를 구해줘, 조 루이스》로 데뷔한 이후 《쿠에르보 형제들》, 한국전쟁 콜롬비아 참전 용사를 다룬 《네온의 묘지》, 콜롬비아 메데인 공장에서의 경험을 담은 르포르타주 《최저임금으로 살아가기》, 이방인으로서 한국에서의 삶을 그린 《한국에 삽니다》를 발표했다. 2010년 영국 문학지<그랜타>에서 발표한 ‘스페인어권 최고의 젊은 작가 22인’에 선정됐으며 《한국에 삽니다》로 2016년 콜롬비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자: 이수정


서울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2009년 콜롬비아로 이주했고 2012년 스페인 살라망카 대학에서 동아시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마드리드에 있는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에서 국제 교류 전문 인력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서울에서 축제 및 문화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 공저자로 참여했고 《한국에 삽니다》를 옮겼다.


리뷰

★스페인 평단과 언론을 사로잡은 화제작★
 
지난 봄, 그는 이태원에서 무엇을 보았나?
안드레스 솔라노가 기록한 한국, 코로나, 비일상
국내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 그날부터, 한국 사회는 방역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 방향으로 정신없이 달려왔다. 사람들은 자부심과 불안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일사불란한 대응으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는 나라의 국민은, 한순간에 신상이 무차별적으로 털릴 수 있는 무력한 개인이기도 했다. 2020년 봄, 한국에서 코로나에 걸린다는 건 공분의 표적이 되는 일이었다. 이 열병과도 같았던 시간을 기록한 외국인이 있다. 서울 안의 작은 세계, 이태원에서 7년째 체류 중인 콜롬비아 소설가 안드레스 솔라노. 코로나는 적당히 동화되고 무뎌진 그의 감각을 깨웠다. 경계에 선 이방인의 정체성과 시선을 다시금 벼려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시점. 콜롬비아 소설문학상 수상작 《한국에 삽니다》가 국내에 소개된 지 2년 만의 일이다.
《열병의 나날들》은 스페인에서 먼저 출간되어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을 코로나19 방역 모범 사례로 지목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된 때였다. 짧은 기사와 영상으로 타국의 소식을 접하던 사람들은 이 책의 등장을 반겼다. 그러나 당사자인 우리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방인의 시선으로 무언가를 본다는 건, 모든 것에 의문을 품는 과정의 연속이다. 코로나 시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솔라노 작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독자에게 닿아 미세한 균열을 남긴다. 당연하다고 믿어온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인가? 라는. 한국어판을 먼저 만나본 김민섭 작가는 추천사에서 이 책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안드레스 솔라노는 코로나와 마주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탐사하는 가운데 우리가 당연시하는 정상성에 대해 끊임없이 뒤돌아보게 만든다.”
 
경계를 넘나드는 낯선 사유와 감각적 질문들
OO성형외과 방문, 렌터카로 이동, OO편의점 이용, OO호텔 투숙…. 확진자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가 공개되자 솔라노 작가는 “사설탐정조차도 이토록 구체적인 정보를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며 놀라워한다. 그리고 불현듯 한국은 “탈북민과 간첩, 국가보안법이 있는 곳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나와 확진자의 동선을 겹쳐 보느라 바빴던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면모는 편의점 에피소드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단팥빵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서며 “편의점까지 가는 길에 CCTV가 몇 개 있는지” 세어보고,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밀며 빵 하나를 살 현금도 갖고 다니지 않는 스스로가 “더욱 한국인다워졌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온 길들에다 부스러기를 흘리고” 다니는지 모른다. 이처럼 독자를 자극하는 낯선 사유는 책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새 확진자들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우한에서 입국한 데다 의심 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상 생활을 한 것이다. 가만, 궁금하다. 정상 생활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정상 생활이라는 걸 하는 사람이 있는지, 정상 생활을 그만한다는 게 가능한 건지.(16쪽)
 
그가 이슬람교도인 걸 알아본 것은, 아내로 보이는 사람이 장바구니를 들고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기 때문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니캅(niqab)을 쓰고 있었다. 이슬람교 복장 중에서도 극단적인 복식이다. 온몸이 가려져 있고 눈 부분만 뚫려 있는데, 오렌지와 오이를 고르는 손에도 장갑을 끼고 있었다. 저 여자와 그녀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요즘 같은 삶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유일한 사람일 수도.(142쪽)
 
코로나로 잠식된 일상의 복원을 위해
우한 전세기와 교민 수용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 신천지발 집단감염과 교주의 기자회견, 몸무게가 42kg에 불과했던 청도 정신 병동의 국내 코로나 첫 사망자, 약국 앞에 긴 줄을 만들던 공적 마스크 제도, 택배량 폭증과 새벽 배송 중 빌라 계단에서 사망한 택배 기사, 2000년대 이후 치러진 총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4‧15 총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빠르게 기억 뒤편으로 밀려난 사건들이 《열병의 나날들》에서 차례차례 호명된다. 이방인 목격자이자 소설가의 입장에서 집필한 이 책이 “느린 호흡의 저널리즘과 에세이 사이에서 펼쳐지는 문학적 진술”이란 평을 받는 이유다. 팬데믹을 둘러싼 거대한 담론이나 대담한 예측은 아주 잠시 미뤄두자. 코로나로 잠식된 일상을 천천히 둘러보고, 소리 내어 서로의 안녕을 묻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벌써 6년째, 이 집으로 이사 온 후 매일 아침 들리는 소리가 있다. “할머니, 다녀올게요!” 요즘 들어 이 소리에서 특별한 여운을 느낀다. 옆집 2층에 살고 있는 젊은 손녀가 매일 현관을 나와 대문으로 향한 바깥 계단을 내려가며 1층에 사는 할머니에게 하는 인사다. “할머니, 다녀올게요!” 창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어 나도 소리치고 싶다. “잘 다녀와! 늦지 말고!”(124쪽)

목차

한국어판 서문
1부
2부
3부

책속으로

언제나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역시, 자신의 삶은 보여주기 싫어하면서 남의 삶은 그렇게들 보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한다. 증상이 있기 전에 그 남자가 갔던 그 호텔이 어디라고 했더라? 아니, 거기 사실 호텔이 아니라 러브모텔 아니야?(20쪽)
 
출근 전 마스크를 쓰자 얼굴이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알 수 없게 가려진 코와 입. 알아채는 데 시간이 걸린 두 눈만 남았다. 끈 조절이 가능한 옅은 분홍빛의 마스크는 겉면에 필터가 달려 있어 완벽하게 걸러진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수정이 나가고 난 뒤, 평소에 하던 출근 전 입맞춤을 잊었다는 걸 깨달았다.(49~50쪽)
 
인터넷으로 장을 보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장을 보았다. 해안에서 직송되는 꽃게는 완벽하게 포장되어 있다.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버텼었다. 감자알과 토마토를 직접 보고 골라야 한다. 이건 나와 감자알, 그리고 토마토 간의 사정이니까.(69쪽)
 
집에 오는 길, 한 부랑자와 함께 길을 건너게 되었다. 웃고 있는 사람을 본 게 참 오랜만이다. 햇볕이 그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시대가 도래하였구나, 라고 생각한다. 한밤의 거리뿐만이 아니라 대낮의 거리까지, 이제 모조리 부랑자의 것이다. 추위와 더위 속에서 지낸 몇 달의 야외 생활과, 쓰레기통에서 건져낸 음식들, 바람에 스치며 치유된 상처들 덕분에 튼튼해진 그의 면역 시스템은 그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120쪽)
 
용우는 휴대전화로 매일 긴급 메시지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받는 메시지와는 내용이 다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자상한 아버지가 하듯, 회사는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수천 명의 아들을 걱정한다. 충성심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백지수표를 선물한다.(141쪽)
 
집 앞 베트남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들른 적이 없다. 예전과 같은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다. 서로 쳐다본다. 내가 식당에 들어가는 걸 봤을 때처럼, 마스크 아래로 미소를 짓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니 당황스럽다. 전화를 받으려고 수화기를 들자마자 상대방이 전화를 끊어버렸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150쪽)
 
나는 걷고 또 걷는다. 세 시간 정도를, 소금 사막을 통과하듯 계속해서 걷다가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기 직전 오늘 가장 보고 싶었던 장면과 마주친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술에 취한 두 남자가 어깨동무를 하고선 비틀거리며 걷는다. 둘 중 한 명이 쓴 가발이 바람에 들썩인다.(169쪽) 
 

추천평

우리가 쉽게 만나는 외국인의 기록이란 불닭볶음면을 먹고BTS의 음악을 듣는 영상이 전부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보고 만족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열병의 나날들》의 저자, 안드레스 솔라노는 코로나와 마주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탐사하는 가운데 우리가 당연시하는 정상성에 대해 끊임없이 뒤돌아보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튜브의 ‘국뽕’ 콘텐츠가 아니라 이처럼 일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타인의 기록이다.
김민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저자
 
코로나19가 서울의 거리를 떠도는 동안, 같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바이러스와 마주치고 스치며 만났다가 멀어지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열병의 나날들》은 무작위가 지배하는 인간과 바이러스의 여정으로 그려진 불안의 지도다.
후안 호세 미야스, 나달‧프리마베라‧플라네타 문학상 수상 작가
 
안드레스 솔라노는 바이러스가 마치 레이저로 그은 것처럼 한국 사회를 갈랐다고 한다. 팬데믹의 시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인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탁월하게 조명하고 분석한다.
호르헤 카리온, <뉴욕 타임스> 문학 비평가
 
반성과 고백, 그리고 소소한 디테일로 짜인 안드레스 솔라노의 《열병의 나날들》은 느린 호흡의 저널리즘과 에세이 사이에서 펼쳐지는 문학적 진술이다. 한국에서 어떻게 바이러스가 퍼졌고 나라를 뒤집어놓았는지,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이를 진정시켰는지에 관한 몇 달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후안 카를로스 갈린도, <엘 파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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