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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일탈을 부르는 세계 음주 기행

일은 핑계고 술 마시러 왔는데요?(개정증보판)

  • 판매가 16,000원
  • 책정보 무선 312쪽 128*188mm 2020년 06월 19일
  • ISBN_13 9791165790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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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거침없는 입담으로 풀어낸
탁PD의 술과 여행 이야기
<도전! 지구탐험대>, <세계테마기행> 등 해외 관련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한 탁재형 PD는 술이란, 한 민족이 살고 있는 자연환경과 성정과 특질이 농축된 문화의 결정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다큐멘터리 PD 특유의 통찰력과 해박한 지식으로 술의 재료와 주조 과정, 이름에 담긴 의미 등을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그가 마주한 각국의 술은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강렬함부터 피로를 한 방에 풀어주는 달콤함까지 수많은 감정을 선사한다. 애주가라면 저자가 전하는 술맛에 대한 묘사들에 침이 꼴깍 넘어갈 테고, 술을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향과 맛이 절로 궁금해질 것이다. 술자리와 여행이 어려워진 이 시대에, 저자가 꺼내놓는 ‘술’과 ‘여행’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할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탁재형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정훈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15년간 50개국을 취재하며, 세상의 넓음과 사람살이의 다양함을 카메라에 담았다. 2002년 <KBS 월드넷>을 시작으로 <도전! 지구탐험대>, <세계테마기행>, <EBS 다큐 프라임–안데스> 등 해외 관련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했다.
2013년부터 여행 부문 팟캐스트 부동의 1위, <탁PD의 여행수다>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국내 최초 음주여행 에세이 『스피릿 로드』(시공사, 2013), 여행 속에 존재하는 우울함을 감성적으로 풀어낸 에세이집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김영사, 2016) 등을 펴냈다.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인데, 재미있게만 살 수는 없을 때 술심으로 버틴다는 소문이 있다.


목차

강렬했던 첫사랑의 기억 – 루마니아*빨링꺼
불 속에서 정련된 포도의 향기 - 이탈리아*그라파
술 한 잔에 담긴 조르바 정신 - 그리스*치쿠디아
왕실에서만 맛보던 비밀의 맥주 - 독일*바이스비어
소년이 동경한 어른의 세계 - 영국*위스키
맛이 없을수록 맛있다 - 러시아*보드카
맥주 덕후의 성배 - 벨기에*시메이 맥주
행복한 사람들은 향기를 마신다 - 덴마크*아콰빗
아프리카에서 청심환이 필요할 때 - 남아프리카공화국*아마룰라
끝내 사라지지 않을 금단의 열매 - 수단*아라기
지구 반대편, 같은 아픔을 공유한 술 - 말라위와 페루*까냐주와 까냐소
아마존 정글의 막걸리 - 페루*마사또
잉카의 항아리에 담긴 유럽의 혼 - 페루*피스코
커피와 술이 건네는 극단적 위로 - 베네수엘라*미체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한 잔의 위로 - 볼리비아*싱가니
체취를 닮은 열대 칵테일 - 브라질*까이삐리냐
불타는 축제의 연료 - 콜롬비아*아구아르디엔떼
엘도라도처럼 희미해진 순수함 - 에콰도르*뿌로
진정한 남자의 술 - 멕시코*테킬라
고마워요, C.C. 할머니 - 캐나다*캐나디언 클럽
술 한 모금에 깃든 삶과 죽음 - 캄보디아*쓰라 써
물아일체의 판타지를 마시다 - 동서양*침출주
인류 최초의 증류주 - 아랍*아락
한 잔의 술에 담긴 기억 - 라오스*비어라오
선입견을 깨우친 화전민의 술 - 라오스*라오라오
세계 정상을 노리는 중국의 자존심 - 중국*바이지우
이름에 담긴 초원의 자부심 - 몽골*칭기즈 보드카
히말라야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묘약 - 네팔*럭시
지독한 추위 뒤 최고의 한 모금 - 네팔과 스위스*무스탕 커피와 글뤼바인
대나무를 닮은 장인의 마음 - 대한민국*죽력고
에필로그
라이브러리

책속으로

눈이 충분히 즐길 시간을 주고 나서 천천히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는 포도를 수확한 그날, 농가의 소녀들이 맨발로 포도 알갱이를 으깨던 현장의 향기다. 가볍게 입안으로 털어넣자 농축된 건포도 향기가 퍼지는 동시에 달콤한 불길이 식도를 타고 달렸다. 발랄하면서 섬세하고,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달콤함이 비강 속에 오래도록 머물며 잠시나마 세상살이가 만만할 수도 있겠다는 낙천적인 생각의 꽃구름을 피워 올린다.
- 불 속에서 정련된 포도의 향기(이탈리아*그라파) 중에서
 
어느 자리에서든 되도록 환영받는 손님이 되어야 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의 숙명상, 애써 권하는 술잔을 마다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랑 신부가 잔칫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신 보드카만 벌써 한 병이 넘어가고 있었고, 취재를 마치기까지 그만큼을 더 마셔야 했다. 틈이 날 때마다 출연자와 손을 맞잡고, “알지? 한국인은 정신력이야!”라고 외치며 서로를 노려보지 않았다면 진즉 테이블 밑에 뻗은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 맛이 없을수록 맛있다(러시아*보드카) 중에서
 
“쿠란(이슬람교의 경전)엔 ‘술 마시고 취하지 말라’는 말씀은 있어도 ‘술을 마시지 말라’는 말씀은 없거든. 그리고 신은 우리가 불완전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지.”
신께서 우리의 불완전성을 이미 알고 계시다는 말만큼 애주가의 불안한 영혼을 달래주는 것이 또 있을까. 그 한마디에 우린 신자로서의 죄책감, 취재의 성패에 대한 불안감 따윈 잠시 접어두고 눈앞의 비밀스러운 즐거움에 집중하기로 했다.
- 끝내 사라지지 않을 금단의 열매(수단*아라기) 중에서
 
그가 아직 외지 사람에게 싱가니를 대접할 돈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술잔을 들어 올릴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이 문득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살룻(Salud)!"
그의 주름진 눈을 바라보며 건배를 하고, 싱가니를 가만히 입에 머금었다. 앞날에 뭐가 있든 없든, 그 순간만큼은 햇살이 찬란했다.
-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한 잔의 위로(볼리비아*싱가니) 중에서
 
찹쌀을 발효시킨 후 산에서 캐낸 갖은 약초를 더해 증류한 그 술의 이름은 ‘라오라오(Laolao)’였다. 쌀로 만든 술 특유의 화려한 향기와 미세한 단맛 그리고 증류주의 불맛이 더해진 술잔을 천천히 들이켜자니, 왜 나는 술맛을 음미할 때처럼 이 사람들에 대해 시간을 두고 다가가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섣부른 판단 따윈 유보하고, 천천히 입술과 목울대를 적시고 위장과 코안에 그 술의 진짜 향기가 가득 찰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왜 그렇게 다가가지 못했던 걸까. 
- 선입견을 깨우친 화전민의 술(라오스*라오라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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