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옛이야기인 《콩중이 팥중이》는 《콩쥐 팥쥐》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고전소설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지요. 결말도 콩쥐가 잃어버린 꽃신을 찾아 원님과 결혼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고요. 하지만 옛이야기를 채록해 놓은 책들을 찾아보면 원님과 결혼한 콩쥐가 새어머니와 팥쥐의 계략으로 연못에 빠져 죽었다가 연꽃으로 다시 태어나 원님을 만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래서 다른 《콩쥐 팥쥐》 이야기에서는 콩중이와 원님이 결혼한 이후의 이야기를 생략한 경우가 많으나, 이 책에서는 두 주인공의 이름도 ‘콩중이’, ‘팥중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그대로 따르고 이야기 역시 전체를 살려 구성하였습니다.

《콩중이 팥중이》는 유럽에서부터 남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속합니다. 새어머니가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유형으로 분류되지요. 하지만 이 유형에 속하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연구해 본 결과, 원래 이야기에는 새어머니가 아니라 친어머니가 등장하였다고 합니다. 즉, 맏딸의 성인식에 대한 이야기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어 오늘날의 《콩중이 팥중이》와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가령, 이 이야기에서 어머니가 딸에게 밭을 갈게 하고, 베를 짜라고 하고, 벼를 찧으라고 시키는 것도 학대라기보다는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해석합니다. 딸이 시집가서 구박 받지 않고 시련을 이겨 내도록 미리 단련시키는 것이지요. 《콩중이 팥중이》는 성인식을 혹독하게 치를수록 시집살이를 잘 이겨 내리라 여겼던 옛 조상들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콩중이는 지혜롭고 부지런하고, 팥중이는 게으르고 욕심이 많은 인물입니다. 《콩중이 팥중이》에서 콩중이와 팥중이는 똑같은 시련을 겪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태도는 둘이 사뭇 다릅니다. 콩중이는 욕심을 부리지 않지만, 팥중이는 늘 욕심을 부립니다. 그래서일까요? 마음 착한 콩중이 곁에는 늘 도와주는 존재가 있습니다. 처음 콩중이를 도와주는 암소는 신성한 동물로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쓰이는 희생 제물을 상징합니다. 콩중이에게 깨끗이 씻으라고 말하는 장면은 제사를 지내기 전에 먼저 몸을 깨끗이 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여겨집니다. 콩중이의 힘든 상황을 알고, 소를 보내 신에게 제사를 지내게 하여 먹을 것을 준 것이지요. 또 참새는 예로부터 기쁨의 상징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집 안으로 날아온 참새를 잡으면 흉사가 생긴다고 여겨 잡지 않았습니다. 이런 신성함을 가진 동물들 덕분에 콩중이는 시련을 반복하여 겪으면서도 계속 성장하고, 성숙해 갑니다. 결말에 콩중이는 원님과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사는데, 이런 행복한 결말은 시련을 모두 겪은 콩중이가 온전하게 성인이 된 것을 의미합니다.

고달픔과 괴로움을 겪어 본 사람만이 행복의 참맛을 압니다. 시련을 맞아 하나씩 극복하는 것은 미래의 행복을 쌓는 일이 될 것입니다. 《콩중이 팥중이》에서 결국 못된 팥중이는 벌을 받아 멀리 쫓겨나고, 착한 콩중이는 원님과 잘 살게 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은 행복으로 가는 올바른 길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인학 (아동문학가·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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