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는 미성숙한 인간이 힘과 지혜를 지닌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야기입니다. 반쪽이는 신체의 일부가 결손된 상태로 태어납니다. 눈도 귀도 팔도 다리도 모든 것이 반쪽입니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 이것은 노동력의 결핍을 뜻합니다. 《반쪽이》는 육체가 불완전한 인간이 어떻게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지를 재미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자식 하나 얻는 게 소원인 할머니가 꿈을 꾸었는데 신령님이 나타나 우물에 있는 잉어를 잡아먹으라고 합니다. 할머니가 잉어 세 마리를 잡아 부뚜막 위에 올려놓고 물을 끓이는데, 고양이가 달려들어 한 마리를 물고 달아납니다. 할머니가 쫓아가 잉어를 뺏고 보니 벌써 고양이가 반쪽을 먹어 버린 뒤였지요. 할머니는 할 수 없이 잉어 두 마리 반만 삶아 먹습니다. 얼마 뒤, 할머니는 정말로 아들 셋을 내리 낳았는데 막내가 반쪽이로 태어납니다. 이런 반쪽이의 출생 과정은 옛이야기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부모의 잘못이나 책임이 아니라 태어난 자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우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형들은 온전하지 않은 반쪽이를 창피하게 여겨 못살게 굽니다. 반쪽이가 과거를 보러 가는 형들을 따라가자 형들은 반쪽이를 나무와 바위에 묶어 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쪽이는 나무를 뿌리째 뽑고, 바위를 번쩍 들어 집에 갖다 놓고는 다시 형들을 쫓아가지요. 또 형들이 호랑이 굴에 던져 버리자 호랑이를 때려 눕히고 호랑이 가죽을 얻습니다. 하지만 반쪽이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호랑이 가죽을 탐내는 영감과 내기 장기를 두게 되지요. 영감은 내기 장기에 지고서도 딸을 주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반쪽이는 지혜를 발휘해 결국 영감의 딸을 얻습니다.

사실 반쪽이는 육체적인 장애만 안고 있을 뿐, 못살게 군 형들을 원망하지 않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요. 반쪽이가 겪는 이러한 시련은 반쪽이가 완전한 인간으로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입니다. 반쪽이는 형들이 주는 시련을 극복하면서 힘을 얻고, 부자 영감이 주는 시련을 겪으면서 지혜를 얻습니다. 힘과 지혜를 두루 갖춘 반쪽이는 온전한 인간으로 거듭납니다.

《반쪽이》는 살아가는 동안에 겪는 시련들을 극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삶의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반쪽이가 부잣집 딸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반쪽이의 외모가 정상이 된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반쪽이가 힘과 지혜를 얻어 정신적으로 완전한 인간으로 성숙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품성과 재주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도 지금은 미성숙하지만 결국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날 것임을 이 책은 알려 주고 있습니다.

최인학(아동문학가ㆍ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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