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콧 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초원의 대서사시
자연의 소리를 통해 내면의 슬픔과 외로움을 극복하는
한 소녀의 성장통이 담긴 작품

칼데콧 상 수상작 《부엉이와 보름달》로 널리 알려진 제인 욜런과 칼데콧 상 수상작 《리디아의 정원》, 《도서관》으로 독자들의 깊은 사랑을 받아 온 데이비드 스몰이 함께 만든 작품, 《엘시와 카나리아》가 출간되었다. 시적인 문장, 절제와 균형이 돋보이는 표현이 강점인 제인 욜런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서정적인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자유롭고 시원한 선과 색으로 이야기를 한껏 풍부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이비드 스몰은 잉크와 수채화 물감, 파스텔을 이용하여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빠를 따라 새로운 환경에서 외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한 소녀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환경에 담긴 수많은 소리들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엘시와 카나리아》는 마음의 소리, 자연의 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며, 용기와 인내가 주는 삶의 성장에 대해 깊이 천착해 온 작가 특유의 작품 세계가 담긴 작품이다. 《엘시와 카나리아》에는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소리들을 통해 내면의 틀을 깨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삶을 사랑하게 된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리에 민감한 소녀 엘시는 기분이 좋으면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아이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고 난 후에 엘시는 교회 첨탑 종이 울릴 때마다 기도를 드리고 찬송가를 부른다. 아빠를 따라 서부로 떠날 때도 철커덕거리는 기차 바퀴 소리에 자신의 떠남을 실감한다. 그러나 넓은 하늘 아래 대초원에서 엘시는 철저히 마음의 빗장을 걸고 보스턴의 소리들만을 추억하며 초원의 소리들을 외면한다. 엘시에게 소리는 곧 추억이자 현실이었다. 그러던 중 엘시는 초원으로 날아간 티미를 쫓아 난생 처음 집 밖에 발을 내딛고, 마침내 생기 하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초원에서 하늘과 땅을 가득 메우고 있는 생명의 소리들을 듣는다.

 

생명의 소리, 자연의 소리가 주는 긍정의 치유법
《엘시와 카나리아》는 시각적인 그림책들과 달리 청각의 미가 담긴 작품이다. 그리고 마음의 진정과 위로를 주는 생명 넘치는 소리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기에는 도시의 소리, 사람들의 소리, 자연의 소리가 가득하다. 생기 하나 없을 거라고 여겼던 대초원에서 엘시는 자연의 소리, 생명의 소리들을 듣는다. 바람이 쏴아아 풀들을 물결치며 내는 소리, 기러기들이 날아가며 가늘게 끼룩거리는 소리, 꽃들이 기다란 줄기 위에서 감실거리는 소리…… 그 소리들은 천상과 지상을 가득 메우는 생명의 소리였고, 더 이상 자신의 삶에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고 여겼던 외로운 소녀에게 생기와 소망을 주었다. 그리고 보스턴을 그리며 과거에 매몰된 엘시가 현실을 사랑하도록 도와주었다. 엘시는 밤마다 자신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던 적막한 자신의 집을 참다운 초원의 집으로 만들어 간다.
 
삶의 여러 의미들을 짚어 주는 아름다운 작품
《엘시와 카나리아》는 떠남과 정착, 개척과 도전 정신이 주는 삶의 모험과 고통, 그리고 고통의 극복을 통한 진정한 행복 등 ‘살아가는 것’의 의미들을 하나둘씩 짚어 주는 작품이다. 마음의 상처를 벗어나 새 삶을 살고 싶은 간절함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새 환경을 선택하기까지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내면의 틀을 깨는 데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그 고통을 감내하기까지의 모험 너머에는 부쩍 자란 자아가 있다. 아내를 잃고 가슴에 슬픔을 묻은 엘시의 아빠는 보스턴을 떠나고 싶어 한다. 아내와의 추억이 묻어 있는 보스턴에서의 과거와, 애 딸린 홀아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담긴 현실, 그리고 막막한 미래가 아마도 불안했으리라. 엘시의 아빠는 엘시가 여덟 살이 되자, 서부로 향한다. 그리고 맨 땅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지낸다. 엘시의 아빠에게 서부는 아내 없는 현실에 대한 도피처라기보다 새 삶을 일굴 수 있는 ‘가능성의 땅’이었다.
어른들만큼이나 아이들의 삶에도 개척과 도전이 따른다. 어른들의 삶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이들의 삶인 만큼, 아빠를 따라 초원 생활을 시작한 엘시도 너른 풀밭과 광활한 하늘을 현실로 인정하기가 녹록하지 않았다. 현실을 외면하고 지난 추억에 파묻혀 지내온 엘시. 그러나 자신의 현실인 초원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리고 초원에 담긴 수많은 생명의 소리들을 듣고서야 엘시는 초원의 겉모습만이 아닌 초원에 담긴 꽃과 새, 물 등 수많은 생명체들을 발견한다. 
대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의 소리들과 삶의 난관을 극복하며 더욱 뜨겁게 삶을 사랑하는 아빠와 소녀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살아지는 삶‘을 넘어 ’살아가는 삶‘을 소망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