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스는 창작과 이론 분야 모두에서 두각을 드러낸 중국 근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실제로 그가 예술 분야에서 제일 먼저 성공을 이룬 것은 전각 예술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의 그림만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푸바오스와 그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발 더 나아가 그의 성격과 기질, 기호와 인품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1장에서는 빈궁한 출신으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도 스스로 전각과 서화를 익히며 인민의 예술가이자 한 시대 최고의 스승으로 칭송되기까지, 가장 낮은 곳부터 가장 높은 곳으로 달려가며 회화 영역을 개척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던 푸바오스 생애의 발자취를 그림으로써, 독자들은 그의 사람됨과 성격이 예술 풍격에 미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청대 말기에 태어나 번뇌와 전란의 고통을 겪으며 권위의 자리에 이른 후에도 역경과 고난의 삶을 살았던 푸바오스는 호방하고 솔직하며 독실한 성품을 지녔는데, 세파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 마셨던 술은 그의 이러한 성정을 북돋아 주어 그의 좋은 그림들 대부분이 취한 뒤에 그려진 것이다. 그의 삶을 이야기하자면 이 장에서 소개되고 있는 수많은 일화들 중에서도 술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빼놓을 수 없는데, 역사상으로 살펴볼 때 가난했던 많은 화가들이 대부분 술을 좋아했으며, 심지어 당대(唐代)의 대화가 오도자(吳道子)는 술기운을 빌리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한 화가가 술의 힘을 빌려 모든 진실하지 못한 겉치레를 제거하고 사람의 본성인 순수함과 솔직함을 보존하여 지킬 수 있다면, 이 때에는 미적 의식도 매우 용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림을 그릴때는 모두 얼큰하게 취한 술기운의 힘을 빌렸으며, 화풍은 모두 기세가 자유분방하여, 한 시대에 속하지 않았던 푸바오스의 그림은 ‘우주의 정신’이며 ‘자연의 생명’이다. 그의 정신 속에는 변화무쌍한 시대정신이 녹아 있으며 그의 생명에는 민족을 분발시키는 약동하는 생명력이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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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수의 시적 생명이 전달해내는 다채롭고 다양한 형식과 기법은 우리들이 새로운 입장에 서서 거듭 새롭게 그를 감상하고 연구하지 않을 수 없게 하며, 그의 화면에서 용솟음치는 전체 대자연의 생명이 바로 푸바오스 미의 본질이다. … ” - 요시무라 사다시(吉村貞可) : 「우주의 정신・자연의 생명」중 일부

본격적으로 그의 회화 예술을 살펴보는 2장에서는 화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산수화를 비롯, 인물(사녀仕女를 위주로 한), 화조 등 여러 분야의 푸바오스 그림들을 소개하면서, 화법의 특징과 화풍이 변화하는 과정, 당대를 초월하여 앞으로 발전해 나간 새로운 형식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진다.

본저의 편저자 천촨시(陳傳席)는 푸바오스가 화가로서 위대해진 까닭이 일관되게 새로운 표현을 추구한 데 있다고 보고, 번뇌와 고난의 삶을 살았던 한 화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새롭게 열기 위해서 그의 작품에 담았던 짙고 강렬한 시정을 깊이 있고 광범위하게 설명한다.
1950년대 초기부터 푸바오스는 중국공산당 영도 아래의 중국인민 혁명투쟁의 역사적 사실을 창작의 제재로 삼으면서 자신의 예술적 광채를 발휘하기 시작했는데, 굳세면서도 세련되고 거칠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그의 산수화를 보면 ‘개인의 정서’뿐만 아니라 ‘시대의 숨결’도 엿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예술사의 사회가치라고 단언하고 있는 이러한 저자의 감상과 관점을 따라 가노라면, 푸바오스가 사천의 풍경을 그리면서 이룩한 일대 변화 속에는, 전통을 스승 삼아 본받으려는 기초가 뒷받침되고 있었고, 먹빛과 날아갈 듯 생동하는 선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일본 신화풍의 계발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 위에 촉 지방 산천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그의 정신이 더욱 충실하고 넉넉해지며 풍격도 함께 성숙했음을 알게 된다.
전통적인 것도 아니며 일본적이지도 않고 바로 ‘푸바오스적’인 그의 회화 창작에는 탐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매우 많다. 세심한 독자라면 산뜻하면서도 날카롭고 세밀한 저자의 설명과 원색의 풍부한 도판들 속에서 절정에 도달한 푸바오스의 그림을 만났을 때, 저자가 감탄했던 그 천기(天機)의 움직임과 음양의 조화가 신출귀몰하게 펼쳐지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화가의 심경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화법과 용필의 구사에서는 감정과 법도를 찾는 재미와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푸바오스의 학문적 성과
그의 중국회화에 대한 수많은 저서에서는 엄격하고 신중한 교육자적 자세를 엿볼 수 있다. 3장은 학문분야에서도 뚜렷한 업적을 남겼던 푸바오스의 논문들을 소개한다.

모든 그림의 예술 정취가 전적으로 필묵에 의해 구현되는 중국화의 독특한 점과 중요한 조형수단으로써의 먹색 등을 다루고 있는「중국화의 특징」, 산수화를 학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인 사조화(師造化-대자연을 스승으로 삼는다는 의미)의 중요성과 산수화의 사생 방법을 논한「산수화의 사생에 관하여」, 초연한 정신과 민족 정신 그리고 사의(寫義)의 정신으로 나누어 본「중국 회화의 정신」등 세 편의 논문에서는 끊임없이 전통회화를 연구했던 그의 학문적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의 이치와 기법에 통달한 현대 중국 회화의 대가, 푸바오스.
오늘날 그의 예술이 빛을 발하며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이자 의의는 무엇인가?

마지막 4장은 본성의 진실함과 솔직함이 이루어낸 푸바오스 예술 세계의 가치를 강조하는 평론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중국의 학자들이 평담을 통해 그가 형성해낸 독특한 풍격을 열렬히 상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격동기의 중국 현대사에서 푸바오스가 겪었던 삶과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예술 세계는 물론, 중국 현대 회화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푸바오스가 중국과 서양의 예술 이론을 결합시켜 연출한 풍격은 그의 걸작들이 현대 중국 회화의 최고의 성취이자 영원불멸의 창조에 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푸바오스 선생 서거 20주년 기념집』에 실린 - 창수홍(常書鴻)의 말이다.

“중국 근현대 산수화는 황빈훙(黃賓虹)에서 떨쳐 일어났는데 그의 그림은 창후(蒼厚)하고 농밀(濃密)하다. 푸바오스에 이르면 그림이 다시 약동하며 꿈틀댄다. 이들 두 화가의 역량으로 ‘4왕’의 견고한 보루를 철저히 무너뜨리고 명청 이래의 이른바 청유담소(淸柔淡疏)하고 정밀냉적(靜謐冷寂)한 문인의 경지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세속에 아첨하는 활력을 드러내 보였다. 황빈훙부터 푸바오스에 이르는 산수화는 바로 근현대 산수화의 대표적 흐름이다. ” 『중국산수화사』- 천촨시

중국내에서 푸바오스의 명성은 1960, 1970년대부터 확고부동한 것이었지만, 그에 관한 제대로 된 평론이나 연구는 최근에야 나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한국의 화단과 학계에서는 그 동안 중국 근현대 화가들과 회화이론에 대한 소개나 연구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중국 근현대 화가에 대한 인지도도 낮을뿐만 아니라, 푸바오스라는 이름도 아직 낯설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 기획・번역된 『푸바오스』가 갖는 출판 의미는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근대화가『리커란(李可染)』에 이어, 이번에 출판되는 『푸바오스』는 우리 나라의 중국 근현대 화단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활성화하여 한국화단의 발전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