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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 판매가 14,000원
  • 책정보 무선 316쪽 137*215mm 2021년 06월 24일
  • ISBN_13 979-11-6579-6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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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작품 소개
 
한국 SF를 이끄는 젊은 작가 임태운의 
명랑하고, 우주적인 이야기 세계
★수록작 3편 영상화 확정★
 
임태운 작가는 2006년 단편 〈앱솔루트 바디〉를 발표하고, 이듬해 한국전자출판협회 제2회 디지털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한 장편 《이터널 마일》을 펴내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덧 15년차 작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만의 젊은 감각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한 번 펼치면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을 쓰고 싶다는 목표로 집필한 박진감 넘치는 장편소설 《화이트블러드》, 《이터널 마일》을 비롯해,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드림 플레이어》 《앱솔루트 바디》 등에 표제작을 수록하며 한국 SF 문학계에서 반짝이는 존재감을 내비쳤다. 특히, 어플을 통해 별점으로 평가받는 한국형 히어로 세계를 그린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태릉의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 좀비가 되는 《태릉좀비촌》 등 익숙한 소재들을 낯설게 엮어낸 신선한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다.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는 9년 만에 출간되는 임태운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데뷔작인 〈앱솔루트 바디〉를 개작한 〈궁극의 몸〉을 비롯해,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게재되어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받았던 〈가울반점〉,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신작이자 표제작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등 작가가 애착을 가지고 엄선한 여섯 개의 단편을 수록했다. 흔한 현실 배경과 인물들에 기상천외한 SF적인 상상력을 덧입힌 임태운 작가의 이야기 세계를 관통하는 소설집으로, 수록작 여섯 개 중 세 개 단편이 영상화 계약을 체결해 현재 제작 준비 중이다.
 
잠시나마 잉여는 영웅이 되고,
을이 갑을 이기는 통쾌한 역전극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는 한 가지 소재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조합해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하는 임태운 작가의 장기가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현장감 있는 전라도 사투리가 매력적인 첫 수록작 〈가울반점〉의 주인공 부자(夫子)는 집을 나간 엄마가 돌아올까 봐 고향을 떠나지 못하지만, 라이벌 중국집의 등장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CIA와 한국의 소위 ‘게임 폐인’들이 맞붙게 되는 〈레어템의 보존법칙〉은 사회로부터 쓸모없다고 평가받던 이들의 기묘한 연대를 통해 그것이 무엇이든 사회적 기준에서 의미 없는 일에 깊이 몰입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원하게 되는 역전극을 그렸다. 작가의 데뷔작인 〈궁극의 몸(Absolute Body)〉은 대다수의 인류가 바이러스로 크고 작은 신체 변형을 겪은 세계를 배경으로, 상위 등급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던 주인공의 신체가 변화하며 사회를 지배하던 제도를 넘어서는 존재가 탄생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친근감과 기시감을 동시에 느끼는데, 작가가 유쾌하거나 혹은 서늘하게 풀어낸 작중 상황에서 SF적인 상상력을 살짝 걷어내고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외계 지성체에게 생명을 위협받고, 필생의 라이벌이 등장하는 등 인물들은 제 삶에서 나름대로 전례 없이 혹독한 시련을 겪지만 작가는 그들을 가만히 두고 보진 않는다.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에서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던 아내는 뜻밖에 마주하게 된 세계의 종말이라는 거대한 시련 앞에서도 의연하고 명랑한 태도를 견지한다. 오직 자신의 낡은 곳간에서 햇살이자 바람, 공기인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서. 〈로봇이라서 다행이야〉는 왕따를 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과 사람의 순수한 우정을 통해,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을 설명하는 요소를 점검하는 것보다 그를 그 자체로 존중하는 마음이 먼저 갖추어져야 함을 깨닫게 한다.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은 작가의 의지로 처음 발표된 상태에서 결말을 대폭 수정해, 극단적인 약육강식의 문화에서 살아온 외계 전투 종족 크레냐위인의 눈으로 한국 사회에서 관습적·구조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압력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처럼 작가는 여러 소재를 이용해 사회문제, 구조적인 차별, 젠더 갈등 등이 산재한 세상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들의 현실을 꿰뚫는다. 한 가지 실제와 다른 점이라면, 임태운의 작품 세계에서는 어떤 모습으로든 잉여가 영웅이 될 때도 있고, 을이 갑에게 도전하는 통쾌함도 있다. 설령 이기지 못하더라도 이들은 무력감을 느끼거나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옆에 있는 이를 의심하고, 때로는 스스로에게 등을 돌릴 때도 있지만 흔들리면서도 끝내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전진하는 이들은 우리가 지향하는 모습일 터다. 이렇듯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는 희망적인 결말과 기분 좋은 울림을 남기며 명랑하고 유쾌한 임태운의 다음 세계를 기대하게 한다.

저자소개

지은이: 임태운


2007년 장편소설 《이터널 마일》로 한국전자출판협회 제2회 디지털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마법사가 곤란하다》, 장편소설 《태릉 좀비촌》, 《화이트블러드》를 펴냈고,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그것들》, 《앱솔루트 바디》 등 다수의 앤솔러지에 작품을 수록했다. 《장르의 장르》, 《한국 창작 SF의 거의 모든 것》에 참여하며 SF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 바 있다. 건빵 봉지 속 별사탕처럼 읽는 이의 가슴에 당분처럼 스며드는 소설을 쓰고 있다. 


리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수많은 우연이 부품처럼 조립돼 
인연이란 완성품을 만들어내는걸”
 
라이벌 중국집에서 짜장면에 넣는 비밀 재료의 정체가 ……의 고기? 〈가울반점〉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여자가 손에 넣은 오차율 0프로의 거짓말 탐지기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자고 일어날 때마다 신체 일부가 제멋대로 이동하는 사람 〈궁극의 몸〉
지구에서 벌어진 외계 전투 종족들의 두 세기에 걸친 성인식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
전 세계를 휩쓴 인기 게임에 느닷없이 등장해 전설이 된 사연 〈레어템의 보존법칙〉
우리 반 공인 왕따의 정체는 최신식 로봇 PB 34호! 〈로봇이라서 다행이야〉

목차

1장 가울반점
2장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3장 궁극의 몸(Absolute Body)
4장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
5장 레어템의 보존법칙
6장 로봇이라서 다행이야
 
작가의 말

책속으로

주지스님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설마 이제 훨씬 뛰어난 중국집이 생겼으니 속세를 잊고 절로 들어오라는 말을 하려는 건가. 그렇다면 나 역시 곤란하긴 하지만 만리장성에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내 생각과도 얼추 맞는 부분이 있다. 뭐, 아무리 아버지라도 설마 주지스님의 멱살을 들어 올리진 않을 테지. 그런데 그가 문밖을 쳐다보며 진중한 말투로 꺼낸 이야기는 의외였다.
“마가 껴 있구나. 마땅히 이곳에 없어야 할 것이 와 있어. 새로 생겼다는 저 중국집에서 뭔가 불온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야.”
-30쪽 〈가울반점〉
 
정말로 남편에게 외도 상대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조차도 제 분노를 어떻게 갈무리해야 할지 계획이 없다는 점이겠네요. 일단 제 수족과도 같은 최고급 드라이버 세트는 여행 캐리어에 넣어두었습니다.
어쩌면 이곳의 카페명처럼 남편을 죽이고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경기도 양평에서 십자드라이버에 고환이 찍혀 죽은 남자에 대한 뉴스를 보시더라도 부디 놀라지 마세요.
그 여자 저니까요.
-85쪽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처음 제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2주 전이었습니다. 아침부터 귀를 찢어대라 울리는 자명종 소리에 저는 평소처럼 검지를 이용해 자명종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손가락을 움직이는 느낌은 있는데 자명종이 계속 울리는 거예요. 이상하게 생각한 저는 오른손을 눈앞에 가져갔죠. 그리고 여태껏 살아오면서 질렀던 비명 중 두 번째로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제 오른쪽 검지가 사라져 버린 겁니다.
-120쪽 〈궁극의 몸〉
 
그래요, ‘공포’가 담긴 눈이었죠. 그제야 저는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병력이 출동한 진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두려웠던 겁니다.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신체 등급제의 울타리를 마음껏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의 탄생이.
-141쪽 〈궁극의 몸〉
 
뭐 이런 거 아니겠어? 비가 무척 많이 오는 날 고수들이 득시글대는 강호에 비쩍 골은 무사가 등장해서는 ‘소협, 빗물을 둘로 갈라보겠소’ 하며 계속 칼질을 하는 거야. 빗물에 대고 막 그냥! 처음 1시간은 모두 비웃겠지. 그게 한나절이 되면 몇몇은 휘파람을 불 거고. 하지만 말야…… 그 광경이 하루를 넘어가고 이틀이 되면?
-212쪽 〈레어템의 보존법칙〉
 
정말 신기한 게 뭔 줄 알아?
2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은찬이와 그 무리들을 비롯한 모두가 거짓말처럼 최동필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는 거야. 아니, 그 사고 자체를 입 밖에 내지 않았어. 말하지 않는 것이 잊어가는 방법이라는 걸 아이들은 저절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나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어. 비밀은 충치 같은 거야. 말하지 않고 입속에 담아놓은 말들이 커지고 커지면 얼마나 커다란 통증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됐지.
-304쪽 〈로봇이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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