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인형에서 여성, 여성에서 사람으로 여성복 기본값 재설정 프로젝트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 판매가 14,500원
  • 책정보 무선 208쪽 130*200mm 2021년 10월 30일
  • ISBN_13 979-11-6579-731-7

  • 도서유통상태
  • 정상유통
  •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이메일
  • 크게보기

  • 책 소개
  • 저자소개
  • 리뷰
  • 목차
  • 책 속으로
  • 보도자료

책소개

여남 공용 브랜드 ‘퓨즈서울’ 김수정 대표가 기록한
여남 의복의 차별적 실태와 여성의 삶을 바꾸는 시도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들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의류를 전공하고 20대에 온라인 쇼핑몰을 연 저자 역시 페미니즘을 접한 이후, 그동안 팔아온 여성복의 문제점을 마주하게 됐다. 활동성이 아닌 ‘보여지는 라인’을 강조하는 여성복의 오랜 기조는 주머니가 실종된 혹은 페이크 주머니가 달린 재킷, 통풍을 막아 질염을 유발하는 스키니진, 아동복과 다름없는 사이즈의 옷들을 만들어냈다. 이는 보세 여성복이 제작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단 시장에서는 공공연하게 남성용 원단과 여성용 원단이 나뉘고, 제작 현장에서도 남성복 재킷에는 안주머니를 기본으로 넣는 반면 여성복에는 추가 공임을 요구한다. 기능과 공정이 간소화된 여성복은 남성복에 비해 손쉽게 제작되고, 빠른 신상품 주기로 이어져 끊임없는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여남 공용 브랜드 퓨즈서울의 김수정 대표는 옷의 형태에서 발견한 성차별적 요소가 제작과 유통 과정에도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하고, 기존의 여성복과 차별화되는 옷을 만들고 알리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 여정은 ‘지금까지 여성복을 누가 그리고 누구를 위해 만들어왔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자 여성복의 기본값을 새롭게 상상하고 실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김수정


어릴 때부터 옷 만드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부모님께 졸라 재봉틀을 얻었고 이 재봉틀로 옷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작정 만들어보는 게 오랜 취미였다. 중고 교복가게에 들러 낡고 싼 교복을 산 뒤, 전부 해체해 패턴이 어떻게 생겼나 확인하는 동안에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고등학생 때 한복 디자인 공모전에 나갔고 대학에 진학해 의류를 전공했다. 재학 중에는 옷가게 아르바이트를, 휴학 중에는 스타일리스트 업무를 배우며 옷과 늘 함께했다. 복학 후 일찌감치 온라인쇼핑몰을 열어2016년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어느새 6년 차 패션 CEO가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내가 판매하고 있는 여성복이 올바른 것인지 자문하게 되었다. 여성의 신체와 활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옷들이 소비를 넘어 여성의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이러한 고민을 SNS에 올리자 기존의 여성복에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이 쏟아졌고, 이것이 여남 공용 브랜드 ‘퓨즈서울’을 런칭하게 된 계기였다. 퓨즈서울을 통해 의복에 스민 성차별을 널리 알리고, 이를 바로잡는 옷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리뷰

여성복이 차별의 의복이라는 주장은 루머일까 사실일까?
 
매일 입고 다니는 옷에 ‘차별’이 있다니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을 거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랬다. 어릴 때부터 유달리 옷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의류를 전공하고, 미로 같은 동대문 원단 시장쯤은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다 자신하던 쇼핑몰 대표임에도 여성복의 문제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을 계기로 모든 게 달라졌다. 페미니즘에 눈을 뜨자 세상이 달리 보였다. 수십 년째 입어온 옷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성복을 만들고 파는 게 업인 저자에게 ‘탈코르셋’ 운동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탈코르셋은 결심도 쉽지 않았지만 첫 단계부터 난관이었다. ‘치마 대신 바지’라는 공식을 따르기엔, 여성복 바지는 흡족한 대안이 아니었다. 여성복 바지는 대개 밑위 길이가 짧은 탓에, 특히 앉아 있을 때 몸에 심하게 끼고 그로 인한 불편함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입게 된 남동생의 바지는 자신이 알던 바지가 아니었다.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정말 안 입은 것처럼 편했다.” 그날부터였다. 남성복을 닥치는 대로 모으며 연구하기 시작한 건.
 
싸구려 원단부터, 허술한 봉제, 무책임한 프리사이즈까지
여성복은 어떻게 소비자를 속이고 가둬왔는가?
 
저자가 찾은 남성복과 여성복의 결정적 차이는 이렇다. 남성복은 활동성을, 여성복은 보여지는 라인에 초점을 두고 제작된다. 사람은 인형이나 마네킹이 아닌, 살아 있고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당연히 옷에는 ‘여유분’이 들어가야 한다. 여유분이 없는 옷은 착용감이 불편한 걸 넘어 보이지 않는 감옥이 되어 착용자의 행동을 제약한다. 그러나 여성복은 이 당연한 원리를 무시한다. 오랜 세월 여성복은 잘록한 허리 라인과 볼록한 엉덩이 라인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왔다. 신체 변형을 일으키는 코르셋부터 통풍을 막아 질염을 유발하는 스키니진까지 ‘보여지는’ 라인을 우선하는 여성복의 기조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문제적인 여성복을 양산하고 있다. ‘예뻐 보이면 그만’이라는 핑계 뒤로 싸구려 원단을 쓰고, 허술한 봉제로 마감하고, 주머니와 안감을 생략하고, 아동복과 다를 바 없는 작디작은 옷들을 출시하는 행태는 보세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패션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글로벌 SPA 브랜드들 역시 같은 행태를 답습한다. (여남 의복의 차별적 실태는 <현장 비교: 국내외 대표 SPA 브랜드 7곳을 중심으로> 편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업계의 구태와 탐욕이 만날 때 옷은 어떻게 쓰레기가 되는가?
 
여성복 문제를 논하며 ‘차별’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보세와 브랜드를 막론하고 남성복은 다르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여성복이 ‘유독’ 후지기 때문이다. 저자가 거래처인 여성복 공장에 재킷 안주머니를 넣어달라 의뢰했을 때 공장은 터무니없는 추가 공임을 요구했다. 사실상 작업 거부였다. 남성복 공장은 기본 공임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합리적인 비용을 제시했고 결국 거래처를 옮겼다. 무엇보다 남성복은 안주머니가 옵션이 아닌 기본이다. 제작 현장에서 겪은 황당한 사례는 이게 끝이 아니다. 슈트 제작에 앞서 저자가 직접 준비해 온 원단 견본들을 의류 샘플 제작처에 보여주자 담당자가 말했다. 이런 건 여성용 원단이고, 남성 슈트에는 쓰지 않는다고. 충격적이게도 원단에도 성(차)별이 있었다. 또한 고밀도를 특징으로 하는 소위 ‘남성용’ 슈트 원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남성복 원단에는 ‘워싱’ 후가공이 들어간다. 원단에 워싱을 입히면 세탁 시 수축이나 이염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보세 여성복에는 워싱이 들어간 제품을 찾기 어렵다. 옷의 기초인 원단부터 다르니 여성복과 남성복 퀄리티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여성복 퀄리티가 떨어지는 문제의 원인은 제작 단계에만 있지 않다. 매일매일 신상품이 업데이트될 만큼 빠르게 돌아가는 보세 시장의 신상품 주기는 여성복이 옷 흉내만 내는 수준으로 제작되게끔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여성복 시장은 남성복에 비해 신상품 주기가 매우 짧을 뿐 아니라 신상품 개수 자체도 압도적으로 많다. 빠른 신상품 주기와 간소화된 제작 공정이 맞물리면서 한 철 입으면 수명을 다하는 옷들이 범람하고, 여성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소비를 유도하는 실정이다. 보세 시장의 여성복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판매자도 소비자도 기준을 상실하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 안감이 실종된 얇은 겨울 코트가 대세가 되었지만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의 결론처럼 여성복은 결국 ‘패스트 패션’이다.
 
여성복이 여자를 좌절시킬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퓨즈서울과 함께하는 여성복 기본값 재설정 프로젝트
 
탈코르셋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선택지를 제시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브랜드 ‘퓨즈서울’의 행보는 여성복의 판도를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바꾸고 있다. 남성복에 사용되는 원단을 쓰고, 몸을 옥죄지 않도록 패턴에 여유분을 주고, 쌈솔 봉제로 마무리해 내구도를 높이고, 용도에 걸맞게 주머니를 크고 깊게 낸다. 불합리한 제작 방식을 고수하는 여성복 공장과는 거래를 끊고, 새로운 시도를 (남성복에서는 전혀 새롭지 않은) 받아들이는 공장과는 원하는 수준의 제품이 나올 때까지 수차례 샘플 작업을 반복하고, 제작처에서 난색을 표하는 ‘남성복 같은 여성복’ 성공 사례를 하나둘 쌓아간다.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섭외하고, 촬영 시 사회가 규정한 ‘여성성’이 도드라지는 연출을 피하며, 성적 대상화의 가능성이 있는 사진은 배제한다. 20대 여성 페미니스트 사업가인 저자가 일상복에서 멈추지 않고 클러치 길이를 대폭 연장한 속옷을, 레깅스를 탈피한 운동복을 만드는 이유는 하나다. 기존 제품들을 보며 ‘진짜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는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복의 기본값을 재설정하는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실루엣: 직선과 곡선이 만들어내는 차이
주머니: 아예 없거나 있어도 쓸모없거나
원단 및 원단 가공(1): 원단에 존재하는 성(차)별
원단 및 원단 가공(2): 핸드메이드 코트와 리넨의 배신
봉제: 움직이면 찢어지는, 세탁하면 틀어지는
사이즈: 들쑥날쑥한 사이즈 체계와 반복되는 선택 오류
벨트: 옷에 몸을 맞추는 오래된 습관
현장 비교: 국내외 대표 SPA 브랜드 7곳을 중심으로
속옷: 집으로 들어온 코르셋
촬영부터 편집까지: 성적 대상화의 함정 피하기
여성세: 단추가 왼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운동복: 마땅한 운동복이 없어 운동을 못 한다는 핑계
생각들: 어린+여성+페미니스트 사업가
의류 IP 사업: 퓨즈서울의 가까운 미래
에필로그: 내가 이러한 차이점들을 알고 지향하는 바 
 

책속으로

여성복과 남성복을 연구하면서 느낀 배신감을 글로 남겨 더 많은 이들에게 자세히 전달할 것이다. 이것이 차별을 없애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11쪽)
 
남성복에서 뒷지퍼가 달린 옷을 본 적이 있는가? 디자인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이상, 뒷지퍼가 들어간 남성용 캐주얼은 매우 드물다. 남성복의 여밈은 앞에 달린 단추나 지퍼가 기본이다. 이와 달리 여성복에서는 속옷부터 일상복까지 뒷여밈이 들어간 옷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타인의 도움으로 옷을 입고 여미던 과거의 방식이 뒷여밈으로 현재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뒷여밈이 후크나 지퍼로 대체됐을 뿐 누군가가 도와줘야 입을 수 있는 ‘수동적’인 특성을 지녔다는 점에선 변함이 없다. (15~16쪽)
 
여성들도 제대로 된 원단으로 만든 제대로 된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 누군가는 여성복의 질이 낮아진 이유로 계속된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 원리를 운운한다. 애초에 저질로 제작된 옷들만 쏟아지고 마땅한 비교군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여성복을 소비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고밀도 원단으로 꾸준히 여성복을 만들어 공급하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질 낮은 의류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같은 값을 주고 질 낮은 옷을 사지 않는 것이야말로 마땅한 시장 원리니까. (53쪽)
 
봉제법 하나로 옷의 내구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전공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가름솔을 ‘여성용’ 슬랙스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여남 옷은 봉제법에도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했을 땐 다들 믿지 않는 눈치였다. 박음질 하나에도 성차별이 있다 하니 황당하게 들렸을 거다. (76쪽)
 
물론 남성복 시장에도 프리사이즈 의류가 많다. 남성복 프리사이즈 상의 수백 벌의 가슴 단면을 직접 재봤더니 평균 가슴 단면이 약 63cm였다. 여성복 프리사이즈 가슴 단면과 약 17cm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44~66 사이즈에 가둬버리는 여성복 프리사이즈 옷과 달리 남성복 프리사이즈는 진짜 ‘프리’ 사이즈였다. (87~88쪽)
 
히든 스트레치 밴딩뿐만 아니라 셔츠 빠짐을 방지하는, 슬랙스 안쪽의 실리콘 테이프부터 사이즈 조절이 편리한 스프링 후크, 수많은 포켓까지 여성복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기능들이 남성복에는 상용화되어 있다. (112쪽)
 
여성용 속옷에는 질 분비물을 흡수할 수 있는 원단이 한 겹 덧대어져 있는데, 이 부분을 ‘클러치(마찌)’라고 한다. 여성용 삼각팬티는 클러치가 시작되는 부분이 외음부보다 상당히 밑에 위치한 까닭에 분비물이 클러치가 아닌 그보다 앞쪽에 묻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여성이 입는 속옷임에도 여성의 신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136쪽)
 
하루는 옷장 정리 겸 옷을 한가득 들고 동네 프랜차이즈 세탁소에 방문했다. 집과 가깝기도 했고, 무엇보다 셔츠 세탁비가 1,000원대로 상당히 저렴한 곳이었다. 세탁소 사장님께선 옷들을 훑어보시더니 내가 입는 옷이냐고 물으셨다. 그렇다는 내 대답에 다른 건 몰라도 와이셔츠 세탁비는 2,000원대로 받아야 한다며 가격을 높이셨다. 내가 가져간 와이셔츠는 남성복 공장에서 봉제된 것이고, 단추 방향도 남성복과 같았고, 심지어 원단도 남성 와이셔츠 원단으로 제작한 것이기에 일반적인 남성 셔츠와 다를 게 없었다. 유일한 차이는 착용자가 여성이라는 점뿐이었다. (167~168쪽)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