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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판매가 22,000원
  • 책정보 무선 400쪽 180*220mm 2022년 10월 05일
  • ISBN_13 979-11-6925-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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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미국 아마존 베스트 논픽션
* 김완, 닐 게이먼, 케이틀린 도티 작가 추천
 
해부 책임자, 사형 집행인, 시신 방부처리사, 화장장 기사…
죽음의 일꾼들과 함께한 뜨거운 현장 기록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든 현실에 ‘깔끔한’ 죽음이란 없다. 대부분이 꺼리는 일을 누군가 대신 수행할 뿐이다. 열두 살에 친구를 떠나보내며 이 진실을 눈치챈 헤일리 캠벨은 장의사처럼 익숙한 직업부터 근래 화제가 된 특수 청소부 그리고 이름조차 생소한 사산 전문 조산사까지 매일 죽은 자 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많은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인 영안실, 해부실, 사산 병동, 화장장, 인체 냉동 보존 연구소에 방문해 베일에 가려진 그들의 일을 면밀히 비출 뿐 아니라 평소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죽음과 삶의 의미가 무엇이며, 산 자로서 우리가 죽은 자에게 보여야 할 예의가 무엇인지를 묵직하게 전한다. 

저자소개

지은이: 헤일리 캠벨


작가, 방송인, 저널리스트.《와이어드》, 《가디언》, 《뉴 스테이츠먼》, 《GQ》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쓴다. 영국에서 반려묘 네드와 함께 산다. 


역자: 서미나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교육계에 오래 몸담았다.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실패에 대하여》, 《컬러의 일》, 《사랑은 널 바꾸려 들지 않아》 등이있다.


리뷰

전시되는 죽음의 공포를 넘어 죽음의 실체로
우리는 죽음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법은 모른다. 뉴스에 매일 보도되는 코로나 사망자 수는 어느새 숫자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는 칼에 찔리거나 총에 맞거나 차에 치이는 자극적인 죽음의 순간만을 다룰 뿐 죽음 이후의 일들은 손쉽게 생략한다. 이처럼 세상은 죽음의 단면만을 보여주며, 사람들도 구태여 죽음의 실체를 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죽음과 동시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사람은 없다. 어딘가에 시신은 남고, 그 어떤 시신도 스스로 주변을 깨끗이 정리한 뒤 들것에 오르거나 관에 눕거나 화장터로 걸어 들어가지 않는다.
저자 헤일리 캠벨은 열두 살에 죽음이 ‘순간’이 아닌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불어난 하천에 빠진 반려견을 구하려다 익사한 친구 해리엇의 장례식 날이었다. 성당 의자에 앉아 하얀 관을 응시하다 어린 캠벨은 누군가가 해리엇을 물에서 건져내 수습하고 성당으로 옮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시신을 보살피고 처리한 것이다. 일찍이 죽음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매료되었던 캠벨은 기자가 되어 그들을 찾아 나섰다.
 
“우리는 살인 사건에 관한 뉴스는 듣지만 카펫과 벽에 온통 뿌려진 핏자국을 청소하러 가는 사람에 관해서는 듣지 못한다. 연쇄 추돌 사고로 납작해진 차들을 보고 지나가면서도 도로 배수구를 샅샅이 뒤지며 사고 현장에서 날아간 신체 일부를 찾는 사람은 보지 못한다. 죽은 유명인을 추도하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할 때도 우리의 우상이 목매달아 죽은 손잡이에서 시신을 내려 처리해주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 (…) 나는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죽은 자에 대한 예의가 곧 산 자에 대한 예의
캠벨이 만난 죽음의 일꾼들은 장의사와 특수 청소부부터 이름조차 낯선 사산 전문 조산사까지 매우 다양하다. 클레어는 산모의 배 속에서 이미 죽었거나 태어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아기를 받는 조산사다. 클레어가 근무하는 병원은 일반 분만실과 사산아 분만실이 분리되어 있고, 충격에 빠져 있는 산모와 가족에게 죽은 아기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방법을 충분히 안내한다. 사산 병동에서 아기의 시신을 보는 것은 애도의 행위이기에, 아직 결심을 하지 못한 가족에게는 사산 전문 조산사가 아기의 생김새를 설명하고 사진을 보여주거나 담요로 아이를 완전히 감싼 뒤 안아보도록 제안하며 단계적으로 다가간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아기를 안아볼 기회를 놓치고 평생 후회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다. 한편 작은 추억 상자에 아기의 손도장과 발도장, 사진을 넣어두는데 이 상자는 시간이 지나 아기를 보러 오는 가족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아기가 실제로 존재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한 여성이 누군가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의 증거이기도 하다. 추억 상자를 비롯해 사산 전문 조산사들이 기울이는 섬세한 노력은 그 자체로 죽은 자에 대한 예의이자 산 자에 대한 예의이다.
 
“삶은 우리의 통제 영역이 아니므로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기의 가족들이 삶에서 가장 힘든 일을 겪을 때 그들을 보살피는 방법은 제가 정할 수 있지요. (…) ‘상의할 사람이 없으면 선택권이 있는지도 모를 거예요. 아기의 손도장과 발도장을 남겨야 하나, 사진을 찍어야 하나, 죽은 아기를 안아봐야 하나’ 이런 생각은커녕 아기를 보는 것조차 상상하기 힘들 거예요. 절박한 상황에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하겠어요.”
 
대부분의 시신은 땅에 묻히거나 재로 변하지만 어떤 시신은 죽음 이후 새로운 역할을 맡기도 한다. 교육 및 연구 목적으로 기부되는 시신인 카데바의 경우다. 테리는 전 세계에서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찾는 메이오 클리닉에서 해부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테리는 해부 실습을 위해 골 절단기 등의 의료 장비를 이용해 시신을 분해한다. 분리된 시신의 부분들은 식별 번호를 달고 철저히 관리되며, 역할을 마친 부분들이 모여 다시 ‘온전한’ 시신이 되면 비로소 화장한다. 2017년 메이오 클리닉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될 안면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의료진이 해부실에 모여 매번 다른 두 얼굴로 수술 연습을 했고, 연습이 끝나면 테리는 해부실에 남아 시신들의 얼굴을 되돌렸다. 연습에 쓰인 얼굴만 100개였다. 기증자들의 시신 일부가 섞이거나 분실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했다. 테리에게 이 시신들은 환자나 다름없었다.
 
“하지 않아도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얼굴 살에는 뼈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화장한 뒤 다른 사람의 유골함에 들어갈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는 그는 그저 묵묵히 한다. 유가족이 잊고 주지 않은 옷가지가 있더라도, 장의사로서 시신이 반드시 속옷과 양말을 비롯해 수의를 갖춰 입도록 책임졌던 과거의 날들처럼 말이다.”
 
죽음의 세계를 탐구하는 저마다의 여정을 위해
누군가의 몸을 잘라야 하는 고통, 탄생의 기쁨을 압도하는 죽음의 슬픔을 감당해야 함에도 테리와 클레어 같은 사람들이 죽은 자 곁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스스로 옳고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죽음의 일꾼들은 거의 한결같이 직면하기 전까진 스스로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게 된 유족에게도 해당된다. 장례업계에 있는 이들은 부패하거나 훼손된 시신을 가족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현직 장의사 포피와 은퇴한 방부처리사 론의 의견은 다르다.
 
“죽은 사람의 가족을 우려하는 좋은 의도로 시신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만, 괴로운 상황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예단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시신을 봐야 할 필요는 없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근본적인 욕구이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보는 모습과 가족이 보는 모습이 다를 때가 있더군요. 이 일을 하면서 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훨씬 더 많은 것을 감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사람들마다 견딜 수 있는 한계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한계를 정하는 주체는 타인이나 사회 규범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편집된 죽음의 이야기와 이미지에서 벗어나 죽음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첫발을 뗀 이들에게, 헤일리 캠벨의 책 《죽은 자 곁의 산 자들》은 진실하고 친절한 초대장이 되어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장 죽음과 맞닿은 문: 장의사
2장 마지막 선물: 해부 책임자
3장 불멸의 얼굴: 데스마스크 조각가
4장 천국과 지옥 사이: 대참사 희생자 신원 확인자
5장 고요한 난장판: 범죄 현장 청소부
6장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순간: 사형 집행인
7장 영원한 것은 없다: 시신 방부처리사
8장 시신의 하인: 해부병리 전문가
9장 슬픔의 자리: 사산 전문 조산사
10장 흙에서 흙으로: 무덤 파는 일꾼
11장 보이지 않는 세계: 화장장 기사
12장 부활을 기다리며: 인체 냉동 보존 연구소 임직원
에필로그
주석
참고도서
찾아보기
감사의 말
 

책속으로

나는 죽음을 손에 잡힐 만한 크기로,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인간적인 크기로 축소하고 싶었다. _<프롤로그> 중에서
 
몇 년 전에 포피를 찾아온 남자가 있었다. 형이 익사한 후 장시간 물속에서 부패했다는 이유로 연락한 장례업체마다 그에게 시신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했단다. “첫 질문이 ‘형 시신을 못 보게 할 겁니까?’였어요. 우리를 시험한 거지요. ‘제 편입니까, 아닙니까?’라고 묻더군요. 우리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중대사에 내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되지요. 우리 역할은 그들을 준비시키고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는 거예요.” _<1장 죽음과 맞닿은 문: 장의사> 중에서
 
테리는 시신의 매니큐어를 지우곤 했지만, 카데바의 손톱에 관한 어느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이제는 지우지 않는다고 한다. 그 학생에게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은 죽은 고깃덩어리를 인간으로 보이게 했다. 한때는 생명이었지만 마지막 선물을 주고 간 사람으로. 그때부터 테리는 손톱을 지우는 아세톤에 손도 대지 않았다. _<2장 마지막 선물: 해부 책임자>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권리가 있습니다. 죽은 이후라 할지라도요.” _<4장 천국과 지옥 사이: 대참사 희생자 신원 확인자> 중에서
 
“사형수 수감 건물에 20년간 갇혀 있는 사형수는 심리적으로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습니다. 그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지요. 결국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들만 남을 뿐입니다. 사형 집행인은 사형수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습니다. 사형수의 죽음은 집행인이 죽을 때까지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_<6장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순간: 사형 집행인> 중에서
 
아기의 뇌는 아직 굳지 않은 데다 성인의 두개골보다는 공간도 넉넉하기에, 아기를 부검하고 나면 뇌를 두개골 안에 다시 넣을 때가 많다. 중요한 이유는 아기 머리의 무게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장례식을 치르기 전 아기를 안는 부모는 뇌가 없는 아기의 머리를 바로 알아차린다. _<8장 시신의 하인: 해부병리 전문가> 중에서
 
매장은 절대적인 믿음이 있어야 한다. 묻힌 사람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알지 못한다. 지키는 사람도 없이 그저 관 안에 남겨질 뿐이다. 하지만 이곳에 무덤을 지켜보고 꺼진 부분을 메우고 묘비가 어디에 있는지 보살피는 누군가가 있다. _<10장 흙에서 흙으로: 무덤 파는 일꾼> 중에서
 
설령 죽음을 다루는 일이 직업이라 하더라도 죽음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죽음이라는 기계는 각각의 작은 구성 요소가 제 위치에서 충실하게 역할 하기에 돌아갈 수 있다. 인형 공장에서 얼굴을 칠하는 일꾼이 자기 작업이 끝나면 머리카락을 붙이는 일꾼에게 인형을 넘기는 것과 같다. 길가에서 시신을 거둬들이고 부검하고 방부처리하고 수의를 입혀 화장장까지 넣는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죽음의 세계는 업계에 연결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_<에필로그> 중에서 

추천평

죽음 뒤의 진실에 관한 가장 신랄하고 통찰력 있는 에세이. 오늘날 죽음이란 두려운 것, 에두르고 멀리할 것, 건실한 사회 기반의 유지를 위해 뒤로 숨겨야 마땅한 것이다. 문명의 역할 또한 죽음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교묘히 은닉하는 것. 그리하여 누군가의 부고가 단 하루도 끊이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죽은 자 곁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은 죽음과 나란히 선 자가 매일 맞닥뜨리는 광경과 내면을 들여다보며 애도의 본질을 되묻고 삶의 의미를 성찰한다. 죽음을 직시하는 순간 우리 삶은 애틋하고 절실해진다.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저자, 죽음 현장 특수청소부
 
감동적이고 웃기며 울리기까지 하는 작품이다.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이야기들은 죽음의 실체는 무엇이며, 우리는 누구인지 묻는다. 사려 깊을 뿐 아니라 마치 죽음이 그러하듯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닐 게이먼 《샌드맨》 저자, 3대 SF 문학상(휴고∙네뷸러∙로커스) 수상자
 
캠벨은 죽은 자와 일하며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강렬한 슬픔과 어두운 유머를 포착해내는 뛰어난 작가다.
케이틀린 도티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저자,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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